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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식한 (http://cogito.pe.kr http://cogito.pe.kr)read: 2063  vote: 530  
Subject   키취(Kitch)

글을 쓴다는 것이 마치 네모난 타일을 사방으로 붙여나가는 것과 같은 때가 있다.
어디서 시작하든 처음과 달라지는 건 없다. 점에 해당하는 하나의 타일마다 미묘한 색조의 변화가 있기도 하겠지만 그건 아무런 형상도 만들지 못한다. 글자 하나하나가 제각각의 길이와 높이와 부피로 산과 계곡과 꽃과 들과 나무를 만드는 듯도 하지만 마지막에 찍힌 마침표와 구별이 되지 않는 때가 있다. 멀리 떨어지면 어쩌면 커다란 윤곽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때는 이미 가시거리 이상 물러난 후이다.
그림 맞추기를 할 나이는 이미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걸 즐기는 유치함이 남아 있는 것은 족쇄가 아직 풀리지 않았음이리라. 흩어진 시간들이 그림 조각들과 같다면야 한량없는 위로가 될 것이지만, 말뚝이 있고 줄의 길이가 있다면 행동반경이야 계산으로 딱 나오는 것인데 스스로 목졸려 죽는 노루처럼 올가미에 걸린 모가지를 어디로 당기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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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1.07.14 -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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