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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식한 (http://cogito.pe.kr http://cogito.pe.kr)read: 1969  vote: 527  
Subject   세상 아무도 원망하지 않았다

세상 아무도 원망하지 않았다
머리에 쌓인 무수한 먼지 알갱이 만큼이나
잘도 권태를 견디는 탁상 시계를 붙잡고 흔들면
딸가닥딸가닥 하는 나사 빠진 소리가 났다
그래도 변함없이 시계는
나눠도 나눠도 줄지 않는 무한의 공허를
유한의 궤적으로 야금야금 잘도 갉아먹고 있었다
초침 하나하나마다 어김없이
주변의 풍경이 한걸음씩 등뒤로 물러 갔으되
변함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이 있었다

머리를 붙잡혀 억지로 이식된 좌표(1965, 12, 4)의 이름표를 떼고
자유를 찾아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세상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 한몸 빠져나가도 시계는 잘도 찰칵거렸다
시계가 멈추지 않는 한 아무도 나를 거들떠 보지 않을 것이다
세상 아무도 원망하지 않았다
탁상시계를 붙잡고 흔들면
딸가닥거리며 머리를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무수한 톱니바퀴들이 서로의 입을 맞추며
다른 톱니바퀴의 이야기를 전하며 무한의 동심원을 건설해 가고 있었다

세상 아무도 원망하지 않았다
마지막 디딤돌마저 꺼지는 듯한 막막한 아픔이
아무렇게나 뒹구는 통속에
정적으로 내리 누를 때면
내몸에 닥친 넘의 일인양
눈물이 아니라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아무래도 좋았다
세상 아무도 원망하지 않았다
세상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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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1.07.14 -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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