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검색

::: 시 집 :::

299 14 통계카운터 보기   관리자 접속 --+

전체 (299)
시집1 (69)
시집2 (77)
시집3 (32)
시집4 (50)
시집5 (54)
시집6 (16)
기타 (1)

Name  
배식한 (http://cogito.pe.kr http://cogito.pe.kr)read: 1999  vote: 363  
Subject   화단

정해진 장소 정해진 위치 정해진 크기 정해진 가지를 벌리지 않으면
모두 가위로 잘라버린다. 싹둑!
20세기말 지구에 새로운 종족이 탄생했다.
머리가 잘린채 걸어다니는 사람들.
눈? 눈은 필요없다. 그럴 줄 알고 미리 義眼을 따로 손톱 끝에 박아 놓았다.
남들이 눈이 없다고 의심하면 손가락을 들어 자랑스럽게 눈동자를 굴려 보이면 된다.
처음에는 뭔가 다른 듯 해서 고개를 갸웃 하지만 곧 익숙해진다. 누구나 하나씩은
가짜 손, 가짜 발, 가짜 심장, 가짜 이빨 등등을 악세사리로 달고 다니므로.
머리가 없는 그는 자주 화장실에 가야 한다. 머리 대신 배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과 커피와 크림과 설탕과 매끼니의 식사가 뒤죽 박죽이 되는 바람에 정기적으로 변기 아가리에 목을 쳐박고 통채로 비워내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머리가 잘린 그는 가끔씩 집에 와서 장롱 위 감귤 박스 안에 숨겨둔 자기 머리를 써본다.
피를 타고간 산소가 아직도 뇌세포에 남은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하고 굳은 입이 풀리며 두서없는 말들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방안은 순식간에 조각 말들로 가득차고 목까지 차오르면 수세식 변기의 물조절 부표 같은 것이 작동하는지 입이 다물어진다. 목 잘린 사람은 이 많은 금지된 말들을 어떻게 몰래 불태워버리나 배를 두드리며 꼬집으며 쓰다듬으며 고민한다.
땅속에 파묻어 버릴까? 아니야. 역시 불에 태우는 것이 최고야. 목잘린 사람은 화장실에 한번 다녀오고는 자기의 모가지 속으로 널린 말들을 차곡차곡 모두 쑤셔넣는다. 머리는 또 다시 감귤 박스로 들어가고 목잘린 사람은 부른 배를 단단히 붙잡고 쓰레기 소각장으로 외출한다.
박스 속에 들어간 머리는 또 언제일지 모르는 그날을 위해 남은 산소가 다 고갈되기 전에 다음에 쏟아낼 새로운 말들을 입 주위로 부지런히 옮겨 놓는다.
목잘린 사나이는 소각장 주위에 아무렇게나 돋아난 풀을 하나 뽑아 화단에 옮겨 심는다. 화단에는 소각장에서 태어난 온갖 종류의 풀들이 나란히 심어져 가득하다.

게시물을 이메일로 보내기 프린트출력을 위한 화면보기
DATE: 2001.07.14 - 21:55
Name   E-Mail   Password
 
 

 이전글 인문주의자
 다음글 트루 라이즈, 선의의 거짓말?
글남기기추천하기삭제하기수정하기답변달기전체 목록 보기

체크된 항목 한꺼번에 보기
299Simple view통틀어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6139 538
298Simple view가면  2115 499
297Simple view남들이 모두 내리면  2042 541
296Simple view환풍용 바람개비  1961 495
295Simple view밥먹고 나서 생각해보자구  1975 533
294Simple view장난감 기차  2124 554
293Simple view산불  2023 533
292Simple view공기를 떠도는 먼지들도  1890 524
291Simple view회로  2423 603
290Simple view벽시계  1947 515
289Simple view산그림자 길어지면  24 5
288Simple view키취(Kitch)  2036 524
287Simple view다락  1800 522
286Simple view공중전화박스  1960 516
285Simple view停電  1889 513
284Simple view부끄러우면 부끄럽다 하지요  1878 562
283Simple view바보가 된다는 것은  1946 500
282Simple view십자가  1983 469
281Simple view종이가방  2176 490
280Simple view무지개  1959 542
279Simple view네온사인  2057 512
278Simple view월미도 통신  1940 455
277Simple view탈춤  1966 520
276Simple view일기예보  1939 535
275Simple view저 산은 내게 뭐라 하는가?  1869 526
274Simple view하면 된다  1930 479
273Simple view세상 아무도 원망하지 않았다  1941 521
272Simple view별들은 추락하지 않는다  1761 444
271Simple view漁夫歌  1940 541
270Simple view  2038 514
269Simple view플라톤 나라 동굴의 囚人  1926 483
268Simple view멈춤의 내력  1822 503
267Simple view不敬의 나날  1876 398
266Simple view다섯자  15783 411
265Simple view무의미  1834 419
264Simple view서른  1847 339
263Simple view가장 무더웠던 여름 [145]  1597 8
262Simple view인문주의자  1949 378
261현재 읽고 있는 글입니다.화단  1999 363
260Simple view트루 라이즈, 선의의 거짓말?  1873 367
259Simple view우연과 필연  1877 376
258Simple view걸인의 힘  3026 420
257Simple view비오면 이거 쥐약이군  2442 359
256Simple view철대문 소리  2008 358
255Simple view폭우가 쏟아지면  1681 396
254Simple view불면증 환자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  345 108
253Simple view컴퓨터의 사랑 2 - 질투  2525 373
252Simple view컴퓨터의 사랑  1755 380
251Simple view혼자 노는 숨바꼭질  1918 356
250Simple view담배  1848 355
249Simple view매사가 내게는  1779 322
248Simple view1994년 8월 15일  1819 367
247Simple view버스와 정거장  1792 368
246Simple view파고다  2171 357
245Simple view담배  1896 318
244Simple view오감도  2127 383
243Simple view허공에다 총을 쏘는 사냥꾼  1797 366
242Simple view지하철에서  1812 365
241Simple view너무 많다  1783 370
240Simple view장자몽  2026 359
239Simple view얄밉더라  1765 389
238Simple view외줄 난간  1586 279
237Simple view等速의 새벽  1677 318
236Simple view詩에 매달리는 이유  1734 367
235Simple view아니다 사실은 그게 아니다  1776 354
234Simple view바람  1851 377
233Simple view진지한 광대의 우스갯짓  1803 373
232Simple view화분에 심어진 대추나무  1828 317
231Simple view수박과 지구  1821 368
230Simple view원운동  1960 383
229Simple view희석되지 않은 안개  1771 317
228Simple view낯익은 껍질들  1576 271
227Simple view옛다 똥이다  1871 377
226Simple view어둠에 물든  1723 374
225Simple view한강/ 아침  1879 357
224Simple view자학  1796 405
223Simple view12시  1746 339
체크된 항목 한꺼번에 삭제/복사/이동 하기
체크된 항목 삭제 체크된 항목 삭제
체크된 항목 이동 체크된 항목 이동
체크된 항목 복사 체크된 항목 복사
현재페이지가 첫페이지 입니다. 다음페이지 글남기기 새로고침
이전 1  2  3  4 다음
이름을 검색항목에 추가/제거제목을 검색항목에 추가/제거내용을 검색항목에 추가/제거 메인화면으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