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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식한 (http://cogito.pe.kr http://cogito.pe.kr)read: 1826  vote: 372  
Subject   허공에다 총을 쏘는 사냥꾼

사냥꾼이 있었다
인간은 어떤 의미에서 모두 사냥꾼이다
허공에다 가끔씩 총을 쏘는 사냥꾼이 있었다
언제 어느때 총이 발사되는지를 알아챌 특별한 표시는,
과녁이 되는 하늘 어디에서도, 주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사냥꾼의 겨냥은 언제나 신중했다
누군가가 사냥꾼에게 지금 뭐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새를 잡고 있지요"
"새는 안보이는데요?"
"지금 보고 있는 해가 5분전의 해이고 지금 보고 있는 북극성이 몇십만년 전의 북극성인 것처럼 이미 보고 쏘면 늦지요"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쏩니까?"
"아무 생각 없이 쏘지는 않지요. 혹시 압니까? 총을 쏘다보면 화약냄새를 맡고 새가 날아올지"
"새를 보고 총을 쏘는 사람들도 새를 많이 잡던데요?"
"그 사냥꾼은 행복한 사냥꾼입니다"
"주로 어떤 때 총을 쏘나요? 어떤 규칙같은 게 있나요?"
"규칙이 있긴 있죠. 그렇지만 규칙은 자꾸 바뀝니다"
"한 곳만 계속 쏘나요?"
"지금은 이곳만 계속 쏘고 있어요"
"지금까지 몇마리나 잡으셨나요?"
"아직 확인을 못해 봤습니다"
"왜 사냥꾼이 되셨나요?"
"아버지가 사냥꾼이었지요"
"왜 그만두지 않나요?"
"안쏘는 것보다는 쏘는게 낫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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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1.07.14 -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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